161027_육아91일째

그 동안은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 잠시 생각을 해보니 지우를 낳고 모든 소비가 육아중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도 마지막으로 옷을 사본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공간이 빠르게 아이의 짐으로 메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계속 나와 아내는 무엇을 더 사야할지 이야기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것저것 리서치를 한다. 요즘은 사소한 것도 얼마의 가격을 더해 아이용품으로 출시하고 그러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이다 라고 광고하는 것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임신기간 중에 몇 번 가보았던 베이비페어는 이러한 상술이 옥신각신하는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그 곳에서는 좋은 아빠는 돈 많은 아빠, 100만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사주고, 프랑스에서 건너온 분유를 먹이며, 어른 옷에 맞먹는 가격의 유아복을 입혀주는 아빠라는 인식을 강요하며, 결국 맨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나는 괜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조카가 쓰던 것을 물려받아 쓰는 물건들을 보면 어떤 것은 새 것이나 다름없을 뿐더러, 아기 옷은 유행도 없어 고등학생이 된 첫 조카의 아기때 옷을 지금 지우가 입어도 손색이 없기도 하다. 물론 물려받을 곳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아기에게 비싼 물건들을 사주며 좋은 부모임을 증명할 수도 있겠다만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공식이고 만일 자기과신이나 경쟁의식에 소비를 한다면 이를 굳이 육아로 포장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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