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07년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항상 텔레비전을 켜 둔채로 잠드셨다. 넓지 않은 집에서 안방 텔레비전 소리는 밤새 시끄럽다가 짐작할 수 없는 새벽 동이 트기 직전 즈음에야 고요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나는 사실 텔레비전이 언제 꺼지는 지 알 수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아버지보다 먼저 잠들었고 늦게 일어났던 것 같다. 다만 한밤중에 어리바리 깨보면 온 집안은 안방에서 새어나오는 텔레비전 소리와 오래된 냉장고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아버지에게 텔레비전은 무엇을까. 사실 지금 100개의 채널이 나와도 볼게 없는데 시골 지역 케이블의 고작 스무개도 안되는 채널은 얼마나 지루하였을까.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그 지루한 음성마저 없었다면 이제 인기척 조차 느낄 수 없는 적막에 둘러싸인 자신만 있었으리라. 왜 나는 아버지에게 텔레비전과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하였을까. 나에겐 수신기가 고장난 텔레비전보다 더 무용한 아버지의 외로움을 모른채 살았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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