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423.

머리맡 유리문을 넘어 빗소리가 들린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며 그 소리는 더욱 진중해지고 밤은 영원하듯 지속된다. 잠시 베란다 창문을 여니 풍성한 해풍을 타고 미세한 물알갱이들이 허락없이 들어온다. 추위가 가시기 전에 창밖에 내어놓은 화분의 쳐진 가지들이 달빛과 봄비에 유난히 빛나 내일이면 다시 예전의 청록을 회복할 듯 싶다. 오늘은 정말 일생의 봄비다. 순간의 소나기처럼 지나치지 않고 진득하게 생명을 재촉하고, 정화를 독려한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이제까지의 밋밋한 일상을 참아 온 것처럼, 그 간의 인생을 배반할 지라도 오늘 봄비는 특별한 것 같다. 늦은 밤 깨끗하게 살자고, 열심히 살자고 일기에 진부히 적어본다.


서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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