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신혼집으로 누나의 물건이 옮겨지고 난 집은 참 허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제법 즐기는 나 이지만 누나의 빈자리는 여느 물체의 부재와는 다르다는 것을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다. 누나가 쓰던 넓은 방에 편히 누워봐도 어둠속에서 보이는 하얀 벽과 천장은 나를 감싼다기 보다는 나와 대립하고 있는 듯 우리사이의 공간을 더욱 차갑게 냉각시켰으며, 근원모를 소음은 마치 공기조차 없는 행성에서나 들릴법하게도 날카롭고 측은했다. 부드러운 솜털로만 이루어졌던 따뜻한 둥지였던 그 곳이 버스조차 오지 않는 간이정류소처럼 쓸쓸한 형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 곳에서 누웠다.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대고 있노라니 사뭇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재만이 남은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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