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볶음.

엊저녁 티비에서 맛집이라 하여 오징어 볶음을 먹음직스럽게 내어놓는 식당이 나왔다. 그 도톰하고 큼직한 오징어와 각종 야채가 고추장을 둘둘 두르고 프라이팬에서 윤기나게 볶아진 그것을 보노라니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신 그것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다른 음식에도 솜씨가 좋으셨지만 오징어 볶음은 그 중 으뜸이었다. 갓 볶아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먹는 것도 맛있지만 보온도시락에 가득 담아 밥의 온기로 은근하게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것을 밥에 비벼먹는 것은 특히 별미였다. 정말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오징어 볶음은 걸작이었다. 어머니의 솜씨를 맛볼 수 없는 지금, 나는 이상하게도 오징어를 잘 먹지 않는다. 식당이나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오징어 볶음은 내게는 도무지 음식으로써 매력이 없었다. 너무 맵거나 짜거나 싱겁거나 오징어가 맛이 없거나, 항상 하나씩은 핀트가 어긋난 꼴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우리는 왜 그땐 미처 몰랐을까. 모든게 유한하다는 것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오래되면 상해버리는 것처럼...


powered by TISTORY RSS T Y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