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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사마귀는 교미를 하고 난 후 수컷을 잡아먹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중대한 사실. 변인이 빠져있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의 암컷 사마귀이냐는 것이다. 실험용 유리관에 갇혀 교미를 마친 암컷 사마귀는 그 순간 극도의 스트레스와 본능적 식욕을 느낀다. 그가 자연상태였다면 사냥을 나갔거나 비축해둔 먹이를 먹었을 테지만 실험용 유리관에는 방금 교미를 마친 수컷 사마귀와 유리 넘어 그들을 바라보는 몇몇 눈동자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렇게 수컷 사마귀는 자신의 종족번식을 위해 기쁘게 생을 마감했을지 모른다. 그것을 본 매우 이성적이며 도덕적인 만물의 영장들은 그들의 미개한 생식방법을 반복적으로 관찰하여 학문적으로 명제화 시키려 한다. 그렇게 자신들의 우월함을 기록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칠 것이다. 여기서 사마귀를 실험실에서 관찰한 과학자와 검투사에게 정당한 살인권리를 부여하고 그들의 칼부림을 즐겼던 잔인한 로마의 군주와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다. 결국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이기적인 자존심이며, 종족의 특권이다. 그리고 나는 비단 그것이 과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며 얻고자 하는 그 인권의 가치. 하지만 어떠한 독선적이고 이익추구적인 권력자들에게 있어 국민의 인권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짓밟혀야 하는 작은 들꽃이지 않을까. 서로 제아무리 씨앗을 날려 이리저리 피고 져도, 많은 들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짓밟히기를 기다리는 것 일수도 있다.



- 여름이 쇠하는 어느 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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