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의 푸른 밤

해가 떨어지고 날이 쌀쌀해지면 광장 한가운데 모닥불이 지펴진다.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들 손을 잡고 둥글게 모여 춤추기 시작한다. 별다른 율동도 없는 간단한 원무지만, 빙글빙글 돌수록 어찌나 흥겨워지는지 단순한 리듬과 박자가 주술 같은 힘으로 피를 데운다.


광장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원은 더욱 커지고, 모두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될 때까지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춘다. 밤은 깊어지고 사람들이 흩어지면 음악은 멎고 모닥불도 시들해지지만, 젊은이들은 아쉬운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청년이 불씨 위에 오줌 누는 시늉을 하자 사내들이 일제히 나서서 남은 불씨를 끈다. 처녀들은 손으로 입을 막고 웃을 뿐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광장은 일순 다시 커다란 웃음으로 채워진다.


곳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의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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