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nolog::110801
팔월의 첫날,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유속은 더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듯 가속하고, 위태하게도 거기에 실려 내려가는 나의 몸뚱아리는 아무리 잡을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어보아도 흙탕물만이 얼굴을 때릴 뿐이다. 허튼짓이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너는 이 우주라는 저인망에서 빠져나갈수 없다. 오늘, S에게서 전화가 왔다. 첫마디가 '너 힘들다며?' 누군가에게서 나의 일상을 간략히 들었을테고, 이것이 자신의 관점에서는 매우 우울했나보다. 나는 어느새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힘들지 않은 내 삶을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려 애쓰듯 설명하고 있었다. '음, 말야, 그렇지. 학교에 처박혀 생활하고, 날씨도 우중충하고 말야, 취업도 막막하네...' 말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조금씩 거울에 비친 내가 우울해지더라. 음, 이정도로 이야기 했으면, 그쪽이 원하는 대로 충분히 내가 힘들어 보일까? 새벽 한시가 넘은 시점, 달력에 몇가지 계획을 넣어보니 그렇게 무색무취 인생도 아닌데? 뭐 어때?

powered by TISTORY RSS T Y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