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씩 악몽을 꾼다. 하얀 백지같은 공간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 그 속에서는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듯 빠르거나 느리다는 것 보다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만 있을 뿐이다. 아니 무언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 조차 사치적인 그냥 그런곳이라고 해야 겠다. 아마 그건 누군가의 지옥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마도 나 임을 짐작하게 만든다. 나에게 있어 두려움은 부재이다.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 두려움이다. 그것은 사람일수도 있고 물질일수도 있고, 추상적인 객체 일수도 있을것이다. 때때로 나는 지극히 부재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하다못해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책상을 보노라면 억지로라도 그 위에 책 한권을 펴 놓는다. 다른이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공백이고 책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그런것들은 상당히 정신적 문제로 다가 온다. 마치 내가 이 곳에 존재함이 공간을 채우는 의무를 실행하기 위함인것 같기도 하다. 더욱이 견딜수 없는 것은 머릿속에 아무 생각없이 초점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른 발견할 때이다. 그건 마치 광기의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내 손에 묻은 타인의 피가 세면대로 씻겨 내려가는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이 죄책감이 강하게 밀려오는 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내 존재의 이유조차 부정해 버리는 근본적인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죽도록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것들은 항상 내 마음을 강하게 억누른다. 형용할수 없지만 이것은 단순한 욕심도 아니오, 자존심도 아니다. 정의할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순간 다른 형상으로 다가온다.